김하리(시인)
내가 본 '남유소'화백은 바보다
공가처럼 함께하는 사람들 역시 바보다, 내가
바라보는 바보는 인간냄새가 폴폴 나는 사람들이다, 그의
세상을 방문하면 누구나 흡수되어 버리고 만다, 휘 말린다
마침표로 끝났나?....어느 사이엔가 말줄임표로 연결되어 있다
도대체? 도대체....갸우뚱 고개 짓하다 그만 흡수되어 버린다
색깔과 소리에 미치고
색깔과 몸짓에 빠지고
색깔만을 사랑하고 고집하는 남자.
'남유소' 화백의 모습을 반쯤 눈을 감고 바라보라, 세상 밖으로 밀려나가도 한참 밀려 나가 있는 그를 발견하게 된다
우주인이 아닌 우주인이다, 사람이다, 그리고 화가이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길에서, 아무도 웃지 않는 외로운 곳에서도
그는 늘 신명에 젖어 있다, 본디
그의 땅은 잘 정리된 곳이 아닌 헝클어진 가시덤불이다
그 속에서 한 올 한 올 건져 올려 '뭐답게'만드는 요슬쟁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눈과 가슴과 손은 '남유소'화백의 도구이자
색깔이자 소리이자 몸짓이자 세상이다, 절대 서글프지 않는 그의
세상은 그의 작품 속에 잘 녹아있다, 아주 먼 기억 속에서 기억들을
건져 올린 이야기들이 하도 정 깊어 풍덩 빠지고픈 살 겨움.
꿈틀거리며 마구 잉태하고 있는 것 같은 싱싱한 Nude Croquies.
순간이라도 어찌 안 미칠 수 있을까
아무 동기도 이해타산도 이권도 존재하지 않는 그의 삶 역시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다, 실존적 삶은 그에게 약이 되어도
우수한 고독과 물질에서는 항상 패잔병인 남자.
긴 행렬 속에 줄을 기다렸다가 먹는 해장국 한 그릇과
몇 달의 행복과 맞바꾸는 바보 같은 남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유소' 화백은 늘 승리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 바란다,
선천적 불구성!
유한성의 화가로 남으리라!